모자무싸


▶ 기본 정보
· 장르 : 드라마, 블랙 코미디, 성장, 휴먼, 로맨스
· 방송 기간 : 2026년 4월 18일 ~ 2026년 5월 24일
· 방송 횟수 : 12부작
· 기획 : SLL
· 제작 : 스튜디오 피닉스, SLL, 스튜디오 플로우
· 연출 : 차영훈
· 극본 : 박해영
· 촬영 기간 : 2025년 10월 19일 ~ 2026년 4월 11일
· 스트리밍 정보: 넷플릭스(Netflix), 티빙(TVING LIVE)
· 출연진: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배종옥, 한선화, 최원영 외
▶ 드라마 소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입니다.
영화감독 데뷔에 번번이 실패한 남자와 능력을 인정받으면서도 내면의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PD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이 겪는 열등감과 불안,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박해영 작가의 깊이 있는 대사와 차영훈 감독의 따뜻한 연출이 더해져 잔잔한 울림을 전합니다
▶ 관전 포인트
· 박해영 작가의 현실적이고 밀도 높은 대사
· 구교환, 고윤정의 신선한 케미
· 성공보다 '존재의 가치'에 집중한 이야기
· 웃음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블랙코미디 요소
· 현대인의 불안과 결핍을 섬세하게 담아낸 서사
· 인물들의 성장과 관계 변화를 따라가는 재미
▶ 줄거리
20년째 영화감독 데뷔에 실패한 황동만은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영화에 대한 꿈을 놓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영화사 최필름의 기획 PD 변은아는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마음 한편에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와 깊은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며 살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의 삶에 스며들게 됩니다. 실패와 열등감,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상처를 마주하며 두 사람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에 갇혀 스스로를 평가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저마다의 결핍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관계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따뜻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 한줄 요약
"무가치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와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이야기."
▶ 드라마 장면

황동만과 변은아가 처음 마주한 곳은 기찻길 건널목이다.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짧은 대화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과 말에 귀 기울이며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어쩌면 오랜만에 자신의 말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예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서 있던 건널목 차단봉에는 '갇혔을 때 돌파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는 단순한 안내 문구를 넘어 무가치함과 불안, 실패의 감정에 갇혀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이 문장은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메시지이자,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황동만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일 때마다 집 뒤편 산에 올라가 자신의 이름을 크게 외친다. 세상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붙잡고,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그만의 방법인 셈이다.
하지만 한밤중 산에서 울려 퍼지는 외침은 이웃들에게 수상하게 들렸고, 결국 경찰이 집을 찾아오는 소동까지 벌어진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황동만의 불안한 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변은아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집을 떠난 뒤, 아버지가 돌아오기 전까지 오랜 시간 홀로 지내야 했다. 소풍날에는 직접 김밥을 싸 갈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누구의 도움도 기대하지 않은 채 스스로를 돌보며 버텨왔다.
하지만 그렇게 견뎌낸 시간은 단순한 추억으로 남지 않았다. 어린 시절 홀로 남겨졌던 경험은 변은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지금까지도 그녀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과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비난받거나 모진 말을 들을 때면 그 감정이 되살아나듯 코피가 터지곤 한다.
겉으로는 냉철하고 유능해 보이지만, 변은아의 내면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상처와 유기된 기억이 남아 있는 것이다.


황동만은 아지트 앞에서 박경세와 말다툼을 벌이다 형에게까지 얻어맞고, 결국 소동이 커지면서 고혜진의 신고로 경찰서에 가게 된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작성하던 중 경찰이 직업을 묻지만, 황동만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영화감독을 꿈꿔왔지만 아직 데뷔하지 못한 현실이 그의 입을 막은 것이다.
그때 경찰서에 도착한 변은아가 망설임 없이 "영화감독입니다"라고 대신 답한다. 이어 자신은 그의 작품을 담당하는 PD라고 소개한다. 아직 세상 누구도, 심지어 황동만 자신조차 영화감독으로 인정하지 못하던 순간이었다.
이 장면이 인상적인 이유는 변은아가 황동만의 현재가 아닌 가능성을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무가치한 실패자라고 생각했지만, 변은아는 그를 영화감독이라 부르며 잊고 있던 꿈과 자존감을 다시 일깨워 준다.
짧은 장면이지만, 서로를 믿어주고 지지하게 되는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황동만은 영화감독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출장 뷔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글쓰기 강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영화감독을 꿈꾸면서도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비록 아직 데뷔하지 못했지만,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
화려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묵묵히 삶을 이어가는 황동만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말하는 '무가치함과의 싸움'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변은아에게 반찬을 받은 황동만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춤을 추며 기뻐한다. 이후 떨어지는 낙엽을 잡아 그녀에게 선물하는데, 낙엽에는 "잡은 낙엽에는 행운이 깃들어 있다"는 메모가 적혀 있다. 황동만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순수한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한편 황동만은 독설과 잦은 말다툼으로 8인회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결국 고혜진에게 아지트 출입금지까지 당한다. 하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 다시 들어올 수 있다"는 조건 아래, 변은아와 가까워지면서 다시 아지트에 출입하게 된다.

박경세는 5편의 영화를 연출한 베테랑 감독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황동만보다 훨씬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는 끊임없이 황동만과 자신을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린다.
사실 두 사람은 대학 시절 함께 자취를 하며 꿈을 나누던 절친한 사이였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응원하던 친구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관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성공과 실패, 인정과 질투가 뒤섞이면서 우정은 상처로 변했고, 이제는 서로를 향해 날 선 말들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견제하는 사이가 되었다.
박경세의 내면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그의 첫 작품인 '애오개의 병따개'다. 이 작품은 술에 취한 황동만이 들려준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성공한 뒤에도 박경세는 이 사실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언젠가 황동만이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불안해한다.

고혜진은 영화 제작사 고박필름의 대표이자 박경세의 아내다. 냉철한 판단력과 뛰어난 기획력을 갖춘 인물로, 감독인 박경세가 작품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박경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는 그의 재능과 노력도 있었지만, 곁에서 현실적인 부분을 책임지며 지지해 준 고혜진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박경세는 황동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고혜진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없었다면, 그 역시 황동만처럼 오랜 시간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며 살아갔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 속 두 사람의 대비는 단순히 성공한 감독과 실패한 감독의 차이가 아니다. 누구를 만나고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그리고 삶의 어느 순간 어떤 기회를 붙잡았는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황동만은 최필름 대표가 자신의 시나리오에 독설을 날린 이후 한동안 상처를 받고 모습을 감춘다. 이후 깁스를 한 채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다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관심과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다친 척을 한 것이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한 불안과 감정을 외적인 형태로 드러낸 행동이었다.
이후 그는 정신을 차리고 깁스를 풀고 최 대표를 찾아가 제대로 일침을 날리며 한방을 먹인다. 그 모습을 본 변은아 역시 통쾌함을 느끼며, 자신 또한 그동안 억눌러왔던 감정을 최대표나 직장 선배에게 보다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황동만에게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알코올중독자 형이다. 형은 한때 성공한 시인이었지만, 이혼 과정에서 아내가 딸을 입양 보내는 선택을 하게 되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큰 충격에 빠진다. 그 상처를 시로 풀어내며 오히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지만, 내면에는 깊은 자기 혐오와 불안이 자리한다.
때때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려는 형을 마주할 때마다 황동만은 애처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목을 매단 형을 발견한 순간에도 그는 “형 왜 그래, 배고프지? 내가 김치볶음밥 해줄게”라며 달래고, 형의 시를 읽어주며 다시 안정을 되찾도록 곁을 지킨다.


황진만은 힘들어하는 동만이에게 원하는 게 뭐냐며 말해보라며 도와준다며 소리 친다. 하지만 울먹이며 하는 그의 대답은
"불안하지만 않으면 돼."
이 짧은 한마디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에게 가장 절실한 바람은 성공이나 명예가 아니라 불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영화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의 데뷔 역시 조금이라도 덜 무가치해지고 싶은 그의 간절한 소망이 담긴 꿈이다.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버텨 온 황동만에게 불안은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이 대사는 단순한 푸념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고 싶은 한 사람의 절실한 바람처럼 들린다.

마재영의 영화 '낙낙낙'이 국고지원 선정 1위를 포기하고 최필름에서 제작되기로 하면서, 2위였던 황동만의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가 국고지원 대상작으로 선정된다.
처음에 고혜진은 제작을 고사하지만, 더 이상 황동만의 독설과 만행을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해 영화 제작을 결심한다. 특히 변은아의 피드백을 거쳐 완성된 수정본 시나리오를 읽은 뒤 작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제작에 뛰어든다.
한편 황동만은 과거 고양이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쓴 적이 있다. 원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갚았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이자 독촉에 시달리며 괴롭힘을 당한다. 사채업자는 황동만의 휴대전화 연락처에 그가 계약서를 들고 있는 사진을 무차별적으로 보내며 압박하기까지 한다.
그는 오히려 모든 사실이 까발려진 뒤 홀가분함을 느낀다. 특히 변은아가 고양이를 위해 돈을 빌렸다는 사실에 감탄하자, 황동만은 큰 용기를 얻고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는 직접 사채업자를 찾아가 특유의 말솜씨와 기세로 맞서고, 마침내 오랫동안 자신을 옥죄어 왔던 빚의 굴레를 청산한다.

황동만과 변은아는 감정워치 실험 대상자들이다. 서로를 만나면서 빨간불보다 녹색불이 자주 켜지는 변화가 나타난다.
변은아가 심리 상담을 받으며 “독설에 감정을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상담사는 먼저 “감정워치를 차면서 어땠냐”고 되묻는다. 변은아는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면서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고 답한다.
이에 상담사는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지하는 순간,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고 조언한다.

구교환은 황동만이라는 인물을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과거 무명 시절 자신이 실제로 입었던 옷을 직접 가져와 촬영에 사용했다고 한다.

마재영은 한때 변은아와 연인 관계였으며, 영화 '낙낙낙' 역시 함께 구상하고 써 내려간 작품이다. 이를 눈치챈 고혜진은 시나리오를 읽은 뒤 "이 작품에는 여자가 보인다"며 추궁했고, 추후 문제를 막기 위해 결국 변은아를 필명인 영실이로 표기하기로 한다.
그는 자신의 시나리오에 그녀의 기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으며, 종종 그녀에게 막말을 내뱉어 상처를 준다. 이러한 모습은 변은아가 오랫동안 안고 살아온 상처와 열등감에 더욱 깊은 흔적을 남긴다.

최필름 대표 최동현은 철저히 결과 중심적인 인물로, 상황과 성과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이른바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한’ 스타일의 사업가다.
처음에는 변은아에게 ‘도끼’라는 별명을 붙이며 능력을 인정하고 신임을 보이지만, 그녀에게 의존하는 감독들이 많아지자 오히려 그녀를 깎아내리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변은아가 ‘영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그녀에게 오히려 고개를 숙이며 편당 1억 원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선다.
또한 황동만이 무명 시절에는 그를 무시했지만, 그의 작품이 주목받기 시작하자 태도를 바꿔 현실적인 투자자로서 접근한다. 이처럼 최동현은 인간적인 호불호를 떠나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에서 사람과 작품을 판단하는 인물로, 단순히 악역이라기보다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캐릭터다.

변은아의 엄마 오정희의 양딸인 장미란은 잘나가는 배우로, 화려한 커리어와 달리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겉으로는 당당하고 멋져 보이지만, 사랑과 관계에서 반복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변은아와 황동만 주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논란이 될 법했던 사건을 오정희가 자신의 편이 되어 해결해주면서 장미란은 조금씩 안정을 되찾는다. 특히 황진만의 시를 읽으며 위로를 받는 장면은 그녀가 내면의 불안을 조금씩 내려놓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외면 뒤에 숨겨진 상처와 불안이 관계 속에서 천천히 치유되어 가는 인물이다.


이준환은 황동만이 감정적으로 폭주할 때조차 그를 밀어내지 않고 곁에서 챙겨주는 의리 있는 친구다.



황동만과 변은아의 데이트 장면에서 서로 오가는 깊은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서로의 결핍을 알아보고 그것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을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변은아의 엄마 오정희는 성공한 탑 배우로,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인물이다. 그녀는 한때 초라한 삶을 뒤로하고 남편과 딸을 떠나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겉으로는 변은아에게 냉정하고 독설을 내뱉지만, 뒤에서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 있는 근사한 딸이라며 존중하는 속내를 보인다. 동시에 자신이 키우지 않아서 오히려 잘 컸다는 솔직한 생각을 품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황동만은 마침내 영화로 데뷔하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그는 곧 깊은 패닉에 빠진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순간이 현실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덮치는 것은 성취감이 아니라 낯선 불안과 공허함이다.
데뷔라는 결과 앞에서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과 두려움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황동만은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그의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황동만은 결국 매일 연습해오던 수상 소감을 현실에서 직접 전하게 된다.

변은아는 가슴에 상처를 오래 묵혀 두는 반면, 황동만은 떨어져도 다시 튀어 오르는 특유의 회복력으로 주변을 끌어당긴다. 변은아는 그런 황동만에게서 생동감을 느끼며 점점 그에게 동화되어 간다. 그녀는 황동만의 그런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어 한다.




첫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황동만은 이제 8인회 사람들과도 동등한 자격으로 술자리에 앉는다. 특히 오경세와 같은 위치에서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을 느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영화 '날씨를 만들어 드립니다'의 주인공이 오경세라는 사실을 밝히고, 오경세 역시 자신의 작품 '애오개의 병따개'의 주인공이 황동만이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서로의 삶과 작업이 교차되어 있었음을 뒤늦게 확인하는 순간, 두 사람은 복잡한 감정 속에서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 명대사
“옛날엔 친했죠. 똑. 같. 이.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
“얌전하지만 만만한 건 아냐.”
“사람은 원래 자기보다 잘난 사람 옆에서 자꾸 작아진다.”
“나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인정받고 싶은지 모르겠어.”
“무가치한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거였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성공 그런 것 말고. 어떤 인간이 되겠다 그런 목적.”
“저는 옛날부터 사람들을 그냥 사람으로 안 보였어요. 다 덩어리로 보이지. 감정 덩어리.”
“와, 그 말 좋다. 감정 덩어리.”
“피와 살이 뭉쳐서 그 사람이 된 게 아니고 평생 하나의 감정을 뭉치고 뭉쳐서 그 사람이 된 느낌?”
“한 번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지구 반대편의 인간 보면서 저기에도 내가 있구나.”
“나,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안 불행해. 재벌 집 도련님이 반지하방에 사는 사람들 보면서 저런 집에 사는 인간들은 어떻게 사나 싶지? 엄청 불행하겠다 싶지? 가라 그래. 반지하방에서도 웃고 떠들고 다 해. 안 불행한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안 불행해. 너희들은 데뷔만 하면 아주 해피할 줄 알았지? 딴 세상이 막 펼쳐질 줄 알았지? 그러냐? 어? 아니지? 똑같아.”
“내 인생에 단 하나의 소원이 있다면 늙어죽는 거. 고양이도 나무도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 늙어 죽길. 병들어 죽지 말고 괴로워 죽지 말고 후드득 낙엽 떨어지듯이 모두 다 늙어 죽길.”
“그냥, 느낌인데요. 눈이 펑펑 오거나 그런 날씨를 보고 있으면 내가 엷어져요. 저는 나한테 완전 함몰돼 있는 인간이거든요. 온 세상을 황동만으로 떡칠하고 싶고 세상 사람들이 전부 내 얘기를 알아야 될 것 같고 그래서 떠들고 또 떠들고 그러다가 눈이 오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걸 보면 내가 엷어지는데 근데 그게 나쁘진 않아요. 온 세상을 황동만으로 떡칠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엷어지고 싶은 마음도 있고 양쪽 다 있는 것 같아요.”
“일기도 언젠가 누군가 봐주겠지, 상정하는 마음 없으면 안 써요. 봐줬으면 하는 마음. 쓰는 모든 행위는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깔고 시작해요. 보이고 싶은, 징글징글한 마음.”
“우린 누가 세게 나오면 철렁, 아, 내가 잘못한 건가? 너무 쉽게 내 탓을 해요. 반성은 약자들의 언어. 못된 인간들이 반성하는 거 봤어요? 반성하지 마요.”
“그 어린 나이에 의식이 있다는 게 제일 끔찍했어요. 의식이 있어서 이 생생한 공포를 겪고 있다는 건 알면서도 의식을 어떻게 끝내야 될지 몰랐던. 그냥 속수무책으로 생생하게 공포를 겪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때 제일 간절했던 게 ‘빨리 컸으면 좋겠다. 아무 데로나 아무렇지 않게 떠날 수 있게. 아밤에 혼자 돌아다녀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 앉아 있는데 그냥 코피가 났어요. 까마귀들이 자꾸 창가에 앉았어요. ‘아, 나 곧 죽나 보다.’ 그때 아빠가 돌아왔어요. 28일 만에. 엄마는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고.”
“모든 스토리는 ‘나는 존재한다’는 아우성. 이렇게 아프게 존재해. 이렇게 슬프게 존재해. 이렇게 우울하게 존재해. 이렇게 웃기게 존재해. 기껏해야 100년. 100년이면 다 사라지는데 사라지는 것이 진정 존재했던 건가. 그런 의문을 잠재우기 위해 정신없이 스토리를 써대지. 살아있는 한 스토리를 써야 한다면 이왕이면 웃기게. 난 그렇게 못 살았지만, 넌 웃기게.”
“시보다 용접이 좋습니다. 좋다기보다 적성에 맞습니다. 시를 쓸 때는 좌절과 자괴감의 연속이었지만 용접은 지지고 있으면 그냥 일이 됩니다. 마음이 번다하지 않습니다. 용접봉을 놓고 돌아서면 또다시 이 생각, 저 생각 어지럽게 올라오지만 그래도 지지고 있는 동안에는 올라오지 않습니다. 난생처음 쉬는 것 같습니다. 일하는데, 쉬는 것 같습니다. 네, 시보다는 용접이 좋습니다.”
▶ 느낌점
솔직히 오경세가 상상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가는 장면에서는 지루함을 느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하지만 다시 본 뒤에는 가슴을 찌르는 명대사들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 원래 구교환 배우의 팬이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단순한 배우를 넘어 내가 좋아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을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누군가가 이상형을 물어보면 떠오르지 않던 기준들이 정리되며, 순수한 사람, 자신의 세계를 가진 사람,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황동만이 40대라는 설정도 인상적이었다. 40대라는 나이는 보통 두려움이나 생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형이 용접을 배우라고 말했을 때 공감이 갔던 감정은 씁쓸함을 남긴다.
다수는 창작에 필요한 에너지와 시간을 잘 모른다. 생계를 위해 에너지를 대부분 소진하다 보면 창작을 위한 힘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결국 꿈은 점점 멀어진다. 물론 초인적인 힘으로 극복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40대 이후 성공하지 못한 삶을 두고 부모나 환경이 아닌 노력과 재능의 문제로만 설명하는 시선은 때때로 날카롭게 다가온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억울함이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늦게 피어난 서사에 더 크게 열광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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